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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4호

타일러 라쉬 배경
기후위기? 밥줄 문제예요!
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 타일러 라쉬
CU가 만난 사람
글. 손은경 사진. 웨이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기후위기?

결국
밥줄의 문제
입니다!

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
타일러 라쉬
Tyler Rasch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가슴에만 품기보다는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고 다니라고 했다. 말이 곧 씨가 되기도 할뿐만 아니라 말로 내뱉는 순간부터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기 때문이다. 누가 어떤 시선으로 볼지는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방송인이자 환경 에세이 «두 번째 지구는 없다»의 저자, 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인 타일러 라쉬는 말했다. “내 꿈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타일러 라쉬 프로필사진
 
책읽는 타일러 라쉬
‘다음 세대’라는 말의 착각

기후위기 속 우리의 모습은 냄비 안 개구리와 닮아있다. 점차 뜨거워지는 물에 점점 ‘적응’하다가 결국 끓는 물에서 죽음을 맞이한 개구리 말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을 피할 수 있는 마지노선 1.5℃(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임박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당장의 변화가 아닌 기후위기 시대의 적응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타일러는 기후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데에 이유가 있다고 한다. 매 세대마다 ‘건강한’ 환경의 모습에 대한 기준선이 바뀌는 것.

“할머니가 유년시절 때 경험했던 걸로 기억하는 세상이 어머니보다 풍부했고, 어머니는 저보다 풍부하고, 저는 조카보다 풍부한 거죠. 그런데 자꾸 그렇게 되다 보면 환경, 자연과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지는 것이고, 악화에 둔해져서 심각성을 못 느끼고 개구리처럼 삶아지는 거죠.”

지구를 기후위기 상황까지 몰고온 것은 어쩌면 안일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문제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함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환경 관련 용어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했냐는 것이다. 말을 하면서 그것이 정말 어떻게 들릴지, 상대방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는 건데, 그중 하나가 ‘다음 세대’라는 말이다. 늘 우리가 쓰는 말인 ‘다음 세대’가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 타일러의 의견이다.

“사실 이 표현은 1970년에 나온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 세대에 나온 것이고, 우리가 그 ‘다음 세대’인 거예요. 온실효과를 1958년에 발표하고,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60년대에 확인해 70년도에 지구의 날을 지정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지구를 살리자’라는 구호를 내세웠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무슨 다음 세대를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어요.”

강의중인 타일러 라쉬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화석연료

기후위기는 말 그대로 기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생기는 위기다. 지구의 기후시스템을 바꾸는 건 이산화탄소이고, 이산화탄소의 원인은 화석연료다. 화석연료를 쓰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전 세계의 경제를 운영하는 데에 화석연료를 대체하지 않으면 궁극적인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환경문제는 쓰레기문제, 멸종위기종, 마이크로플라스틱 등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런데 그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하지 않으면 결국 청결하지만 거주 불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거예요.”

우리가 화석연료로 인해 타격을 받게 되어 있는데 얼마나 크게 맞고 싶은지, 얼마나 손해를 보고 싶은지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곱씹어 보면 굉장히 무서운 말이다. 하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핵심이라고 강조하는 그의 말이 이해될 수밖에 없었다.

무엇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그렇다고 멈춰서 있을 수는 없다는 타일러. 안 했을 뿐이지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환경 에세이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소신껏 FSC* 인증 종이로 출간했다.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출판사 미팅 때마다 거절당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국내에서는 취급하지 않아서, 그리고 그 누구도 요구하지 않아서.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결국 가능한 곳을 찾았고, 처음으로 FSC 인증 종이 사용에 합의했다.

“정말 기분 좋았고, 뿌듯했어요. 그렇게 책이 나오고 더 많은 출판사가 FSC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FSC가 한국에 지사를 두었고, 출판사 말고도 많은 회사들이 FSC 인증 소재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다 이 책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FSC를 알릴 수 있었다는 것에 어느 정도의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점에서 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 FSC: FSC 인증은 산림자원 보존과 환경 보호를 위해 국제산림관리협회(Forest Stewardship Council)에서 만든 산림 관련 친환경 인증을 의미한다. 환경, 사회,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보증하여 책임 있는 관리를 촉구하고 난개발을 방지한다. FSC 인증 라벨 제품을 사용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나무를 선택해 숲과 야생 동물을 모두 보전할 수 있다.

타일러 라쉬 뒷모습
기후위기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때론 ‘저 사람 왜 저래?’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가만히 있으면 달라질 게 없다. 타일러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친환경,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회사의 제품 구매하기. 반대로 환경에 반하는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거부하기. 그다음으로는 주변 사람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같이 해결할 수 있도록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후위기가 환경문제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마지막 말은 우리가 그동안 기후위기를 얼마나 단순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했다. 정신 번쩍 들게 한 건 덤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무역질서에서 불리해질 거예요. 수자원이 모자라게 되고, 그러면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주어 수입에 의존하게 되겠죠. 생산량이 국제적으로 다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엄청날 건데요. 이미 국내 사회·경제구조상의 어려움들이 존재하는데 그걸 이겨내려면 무조건 기후위기로부터는 어느 정도 대비가 되어야 해요.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예요. 이건 결국 먹고 사느냐의 문제, 밥줄의 문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