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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4호

북극곰 배경
자연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
소멸의 시간이 다가온다
사유의 시간
글. 편집실

자연생태계에 인간이 출현하고
서로 공생하며 잘 지내나 싶었다.
인간은 성장과 개발을 이유로
자연에게 자리를 좀 내어 달라고 요구해왔다.
자연은 별다른 의심 없이 이를 다 받아주었다.
조금 내어 주는 것으로 무슨 큰일이 날까 하는 마음으로.
어느 정도 받아주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생태계 구성원 하나하나를 서서히 거둬가며
자연은 마지막 경고를 보냈다.
한낱 인간이 뒷일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산호
경고1
산호 타이틀

극지방을 제외한 세계 해수면 평균 온도가 20.96℃로 측정되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미국 플로리다 남부 바다의 해수온도는 38.4℃까지 치솟았다.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는 완충제 역할을 하던 바다도 이제 힘이 빠지고 있다.

해수온도의 상승으로 산호초 백화 현상도 심각하다. 세계산호초감시네트워크는 지난 10년 동안 서울 면적의 20배에 해당하는 산호초가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산호초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제일 먼저 해양 생태계가 무너진다. 산호초에는 전 세계 해양 생물의 4분의 1이 서식한다. 물고기만 해도 4,000종 이상이 살고있다. 산호초가 줄어든다는 건 곧 안식처가 사라져 알을 낳을 곳도, 포식자로부터 몸을 피할 곳도 없어진다는 뜻이다. 생물 종 수가 줄어드는 문제도 피할 수 없게 된다.

탄산염 덩어리인 산호초는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쓰나미나 폭풍해일로부터 해안을 지키는 천연방파제 역할도 한다. 산호초의 소멸로 1차 방어선이 무너지면 인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고, 환경에 반하는 인공장벽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자연기금은 산호초가 막아주는 폭풍해일이나 홍수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산호초가 사라지면 이산화탄소 흡수에도 문제가 생긴다. 산호충의 폴립 속에 서식하는 1㎤ 당 100~200만 개의 편모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산호초가 사라지는 만큼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떨어져 공기 중 산소 농도에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습지
경고2
습지 타이틀

물이 흐르다 정체되어 오랫동안 고이는 과정을 통해 생성된 습지. 지구 표면의 6% 안팎에 불과하지만 이 안에도 무수한 생물들이 생태계를 이루고 살고 있다. 지구 생물종의 40% 이상이 습지에 서식하고 있어 습지는 자연생태의 보고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전하고 현명한 이용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람사르협약 사무국이 2021년 발표한 ‘글로벌 습지 아웃룩’에 따르면 세계 습지 면적은 1970년대 이후 35%나 감소했다. 자연 습지 감소 속도는 연간 0.78%로 천연 산림파괴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며, 최근에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습지가 사라지면 토양 손실, 붕괴는 시간문제다. 습지에 서식하는 수생식물들이 토양 손실과 붕괴를 막아주는데, 비가 많이 내려 강물이 범람해도 주변에 습지가 있다면 홍수를 방지하고 조절해 준다. 이 완충역할의 습지가 없어지면 홍수로 인한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지는 꼴이고, 이를 복구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습지의 소멸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균형에도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작은 습지 하나가 무려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고, 숲에서 배출하는 그린카본의 약 50배나 높은 탄소 흡수량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습지는 물을 흙과 모래를 통해 여과하여 질소, 인 등 여러 가지 영양물질을 흡수하고 각종 오염물질을 분해하여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자연의 콩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콩팥이 무너지면 자연생태계 불균형, 자생능력 불능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꿀벌
경고3
꿀벌 타이틀

농촌진흥청은 지난 2021년 이후 전국의 꿀벌 중 약 18%가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벌통 하나에 평균 약 2만 마리의 벌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봄철 꽃가루 채집에 나서야 할 꿀벌 약 78억 마리가 실종된 셈이다.

그 많던 꿀벌의 실종 원인은 무엇일까?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가운데 이상기후를 꼽았다. 벌은 기온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곤충이다. 기상청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연평균 기온은 13.3℃로 평년 대비 0.8℃ 높았다. 이는 기상 관측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온도였으며, 따뜻한 기온 때문에 월동을 해야 할 벌들이 그러지 못해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무엇보다 농작물 생산에 적신호가 켜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전 세계 식량 작물 가운데 63%가 꿀벌의 수분에 의해 열매를 맺고, 특히 세계 100대 작물 중 약 71%가 꿀벌로 수분한다고 보고했다. 즉, 꿀벌이 수분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종자 생산이 어려워 식량 공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식량 부족과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생태계에 주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꿀벌은 새로운 식물의 성장을 돕고 손상된 생태계의 재생을 지원한다. 꿀벌이 수분하지 못하면 식물 수가 줄어들고, 이는 곧 식물에 사는 애벌레의 개체수 감소, 이 애벌레를 잡아먹고 사는 새, 양서류 등의 개체수 감소로 연결된다. 생태계 먹이사슬이 끊어지는 건 불 보듯 훤한 결과다.

도서 «6도의 멸종»에서는 지구의 평균 온도가 3℃ 오르면 인류가 위기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무너지고 있다. 그 책임은 누구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이제라도 그 책임을 회피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