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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4호

수목원 배경
초록을 지켜라
국립세종수목원
CU 핫플레이스
글. 손은경 사진. 조병우

어릴 적 과자를 먹고 어지르거나
정리정돈을 제대로 안 했을 때 엄마가 하는 말이 있었다.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어?”
요즘 돌아가는 세상이 딱 이렇다.
환경을 파괴하는 사람 따로 있고 지키려는 사람이 따로 있다.
초록의 식물을 지키는 곳, 국립세종수목원이다.

온화한 지중해 기후가 낳은 풍경

세종수목원은 국내 첫 도심형 수목원이자 온대중부권역 식물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한국전통정원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식물식재만 3,759종 172만 본이다. 사계절전시온실, 한국전통정원, 분재원 등 총 25개의 전시원으로 나뉘는데, 전체 면적이 약 50만 평(649,997㎡)인만큼 한 번에 다 돈다는 건 욕심이다. 세종수목원에 들어서면 거대한 건물이 제일 먼저 보인다. 붓꽃의 세 개 꽃잎 모양을 형상화한 사계절전시온실이다. 이곳은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로 나뉘어 있는데, 전체 건물 높이 약 30m, 넓이는 약 1만㎡라 하니 국내 최대 온실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제일 먼저 지중해온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습기를 먹은 흙냄새가 맞이해줬다. 길을 따라가니 아카시아 군락이 펼쳐졌다. 미모사아카시아, 코베니아카시아, 카르디오필라아카시아, 친칠렌시스아카시아. 그저 알고 있던 아카시아는 사실 많은 종이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절대 알지 못했으리라. 이 외에도 지중해온실에는 바오밥나무, 올리브나무, 카나리아야자, 부겐빌라 등 우리나라에선 보기 어려운 200여 종의 다양한 식물들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중해온실 중앙에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유럽의 어느 정원에 온 것 같달까? 알고 보니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을 모티브로 한 정원이라고 한다. 궁정수로를 통해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와 분홍색, 빨간색, 그리고 초록색이 어우러진 풍경.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스페인을 이렇게 즐겨본다.

지중해 지역은 기온 상승이 세계 평균보다
20% 더 높게 측정되며 다른 많은 지역보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지중해온실에 자리한 나무들이
오직 수목원 한정으로만 볼 수 있는 날이 정말 올지도 모르겠다.

지중해온실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열대온실
저 큰 나무가 마음껏 키를 자랑할 수 있도록

지중해를 떠나 이번에는 정글숲으로 탐험을 떠났다. 울창한 식물들이 자리한 열대온실이다. 키가 크고 잎이 큰 나무, 감아 오르는 덩굴식물, 식충식물 등 형태도 다양한 식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열대온실답게 열대기후에서 열매를 맺고 생장하는 나무를 볼 수 있었다. 파파야, 코코넛, 바나나. 늘 마트에서나 보던 것들을 나무에 열린 모습으로 보니 너무나 신기했다. 요즘 아이들은 과일이 마트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우리에게 식물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베고니아, 천사의 나팔, 다양한 종류의 야자나무, 커피나무, 흑판수를 보며 열대온실 안을 걸어 다니다 보니 건조함으로 꽉 막혀 있던 코가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열대우림은 탄소를 저장하고, 광합성을 통해 상당한 양의 산소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열대우림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1분마다 축구장 11개 규모의 열대우림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파괴라 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모르겠다. 특별전시온실에서는 재미있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신비한 마법의 식물사전’이다. 식물의 특별한 능력과 마법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해리포터가 마법 정원을 가꾼다면 이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의 공간으로 꾸몄다. 맨드레이크로 만드는 사랑의 마법, 벨라돈나로 만드는 변신 마법. 실제로 이게 된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변신을 하고 사랑에 빠지게 한다는 건 믿기지 않을 이야기지만 아주 먼 옛날에는 몸을 치유하고 악령으로부터 보호하는 목적으로 식물을 활용했다고 하니 아주 허황된 건 아닌가 보다.

“꽃은 기쁨을 위해 꽃을 피웁니다.”
- 오스카 와일드(소설가, 1854~1900)

특별전시온실
특별전시온실
한국전통정원 일원
한국전통정원 일원
분재원 일원
분재원 일원
행복 내비게이션 평생 어부바 신협 정원
행복 내비게이션 평생 어부바 신협 정원

‘행복네비게이션 평생 어부바 신협 정원’은
신협중앙회와 세종 지역에 자리한 세종신협, 세종부강신협, 세종우리신협,
세종중앙신협, 전의신협이 뜻을 모아 세종수목원이 추진하는
‘생활 속 탄소 Zero 모델 정원 조성’에 참가하여 조성되었다.

행복네비게이션 평생 어부바
신협 정원

세종수목원의 넓은 부지 안, 이곳에 어부바가 있다는 사실! 어부바를 찾아 나섰다. 한국전통정원을 지나고 어린이놀이터를 지나 생활정원에 도착. 아직 완연한 봄이 찾아오지 않은 바깥 세상에 따뜻함 넘치는 분홍색 어부바가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바로 ‘행복 내비게이션 평생 어부바 신협 정원’이다. 신협중앙회와 세종 지역에 자리한 세종신협, 세종부강신협, 세종우리신협, 세종중앙신협, 전의신협이 뜻을 모아 세종수목원이 추진하는 ‘생활 속 탄소 Zero 모델 정원 조성’에 참가하여 조성되었다.

신협 정원은 어부바 둘레길을 따라 사계절 피고 지는 다양한 식물들의 색감, 질감 등을 자연스럽게 연출하여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담았다. 특히 여름에는 해바라기가 피어나 계절 풍경을 더욱 화사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직은 겨울과 봄이 힘겨루기를 하던 때라 꽃으로 만개한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완연한 봄날에 어부바가 사람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겨울이 조금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겨울에게는 미안하다.

미국 원주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조상으로부터 지구를 물려받지 않고, 우리의 아이들로부터 지구를 빌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더 빌릴 게 있나 싶기도 하다. 빌렸으면 깨끗하게 쓰고 돌려주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 세종수목원에서 본 식물은 세상에 존재하는 식물 중에서도 극히 일부일 뿐이다. 수목원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기서 기후가 더 변한다면 야외에 있는 수목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수목원 안을 걷는 동안 느꼈던 초록 풍경과 그것이 주는 상쾌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느낄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으로 하루를 보낸다. 나의 실천이 우리 모두의 실천이 될 수 있기를.

세종특별자치시의 신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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