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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10호

양지바른 곳에서 장이 익어가는 세종시 뒤웅박고을

양지바른 곳에서
장이 익어간다

세종시 뒤웅박고을
CU 핫플레이스
글.박영화 사진.고인순

오래된 한옥에 가면 뒤뜰로 향하곤 한다.
대개 그곳에 장독대가 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항아리를 발견할 때의 반가움이란!
속이 비어있는 항아리도 그럴진대 고추장, 된장, 간장이 맛있게 익어가는 중이라면 그 기쁨이 배가 된다.
어머니 손맛이 가득 담긴 장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가을이 시작될 무렵의 어느 날, 양지바른 뒤웅박고을에서 장이 익어가는 중이다.

세종시 뒤웅박고을 장독대 풍경
세종시 뒤웅박고을 장독대 풍경

뒤웅박고을의 ‘뒤웅박’은 추수가 끝나면 이듬해 풍농을 위해
씨앗을 보관하던 종자 보관 용구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건강한 참살이 식문화를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항아리 가득한 장맛

‘구름이 머무는 산’이라는 뜻의 운주산(雲駐山)은 이름처럼 세종시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덕분에 걷는 내내 울창한 숲과 뛰어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뒤웅박고을은 이토록 멋진 운주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고을’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장 담그는 아낙네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행정 단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뒤웅박고을은 전통장류박물관, 전통장류음식 전문식당, 전통장류 전시판매장, 대규모 야외장독대와 야외전시장으로 조성된 전통장류테마공원으로, 장맛을 중요하게 여겼던 그 옛날의 식문화를 알 수 있는 곳이다.

뒤웅박고을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역시나 으리으리한 장독대 풍경. 천여 개의 항아리가 끝없이 도열한 모습에 절로 탄성이 쏟아져 나올 정도다. 더욱이 신도시인 세종에 이런 곳이 숨어 있었다니···.

장독대가 있는 집을 보기 어려운 요즘이기에 조금은 낯설면서도 사라지는 것들을 오롯이 보전하는 모습에 정겨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만히 장독대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뜨거운 햇살에 미간을 찡그리다가 불어오는 바람에 이내 미소가 지어진다.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장독대가 있어야 하니 양지바른 곳임이 틀림없는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항아리는 다 어디에서 왔을까. 뒤웅박장독대에만 천여 개의 항아리가 있고, 뒤웅박고을 전체에는 2천여 개의 항아리가 있는데, 전국 각지에서 수집해 이곳에 황토를 쌓고 바닥에 잔돌을 깐 뒤 황토벽돌로 받침돌을 만들어 모아놓은 것이란다.

약탕기를 소품으로 꾸며 전통 풍경을 만들고 있는 뒤웅박고을

맑은 햇살 가득 평화가 어리는 곳. 장독대는 어머니의 꿈의 터전이었다.

장향관에서 맛보는 별맛

뒤웅박고을의 장은 청송리 장수마을에서 경작한 콩과 간수를 3년 이상 뺀 천일염만을 사용하는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근 후 맑고 풍부한 햇살을 받으며 2년 이상 숙성시킨 것이란다.

그 덕분에 뒤웅박고을만의 깊은 장맛이 완성된 것이라고. 이쯤 되면 장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머니 손맛을 만날 수 있는 장향관으로 향했다.

장향관은 뒤웅박고을의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떡 벌어진 한상차림을 받을 수 있는 한정식집이다. 먼저 고소한 녹두죽이 나오고, 새콤하면서 겨자향이 톡 쏘는 해파리냉채, 김가루로 간을 잡은 탕평채, 잘 삶아진 보쌈, 빨간 양념이 입맛을 사로잡는 코다리찜 등이 차례대로 나오는데, 상에 음식이 놓일 때마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만다. 그야말로 진수성찬! 정갈한 한식들이 차려지자마자 순식간에 그릇을 비워냈다. 예상대로 맛있다. 뒤웅박고을의 장독대 풍경을 보기 위해 찾은 것인지, 장향관에서의 만찬을 즐기기 위해 찾은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뒤웅박고을 식당 반찬

천천히 구경해야 제맛

야외 전시공간은 쉼터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식사를 마친 뒤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설립자의 모친이 직접 사용했던 옹기 유물을 모아서 조성한 어머니장독대에서 산책로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왼쪽으로 팔도장독대가 시작된다. 제주, 전라, 충북, 서울, 경기, 강원 등 생김새와 크기가 다양한 항아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각 지역의 고유한 항아리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오른쪽으로는 옛 생활풍습을 엿볼 수 있는 조각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어머니에게 회초리를 맞는 조각상, 키를 뒤집어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니는 오줌싸개 조각상, 신명난 놀이판을 펼치고 있는 풍물놀이 조각상 등을 통해 소박한 전통 시골 풍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고향의 모습을 소박한 언어로 담은 100여 개의 시비도 곳곳에 세워져 있다. 사실 뒤웅박고을을 둘러보는 데는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이곳은 곳곳에 꾸며진 조형물을 보면서 또 설명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야 제맛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세종전통장류박물관이다. 세종전통장류박물관은 뒤웅박고을 초입에 자리하고 있지만 어머니장독대의 장관을 먼저 감상하고 싶어 방문을 뒤로 미뤄 놨었다. 이곳에서는 장 담그는 과정과 장의 재료는 물론 전통 장류를 비롯한 발효 음식과 관련된 전시를 볼 수 있다. 특히 콩 삶기를 비롯해 메주 만들기, 장 가르기 등 장을 담그는 과정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오감만족을 느끼며 체험하기 좋은 곳이다.

뒤웅박고을 풍경
뒤웅박고을 풍경
뒤웅박고을 풍경

뒤웅박고을은 1만 평 규모의 넓은 대지에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과 셀 수 없이 많은 장독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뒤웅박고을

주소 : 세종시 전동면 배일길 90-43
문의 : 044-868-4892
운영 : 11:30~20:00(15:00~17:00 휴게시간,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