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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6호

공간의 이유

밸런스 에세이
글.문형근(건축디자이너)

SNS에 넘쳐나고 있는 공간 인증샷. 그 덕분에 요즘 핫플레이스가 어디인지 알 수 있다.
카메라 기능이 있는 핸드폰이 필수품이 된 시대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지만,
기록을 했다면 이제는 그 공간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

세상은 공간과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류가 시간을 다루는 일은 어렵다. 타임머신, 아직은 발명되지 않은 것을 꿈꾸고 있을 뿐 다루지 못한다. 반면에 공간은 다르다. 공간은 인류가 다룰 수 있는 것이다. 인류가 좋아하는 ‘정복’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진 않지만 충분히 다루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공간을 알고 있다’라는 것에서 중요한 논점이 생긴다. 세상에 비해 그 규모가 훨씬 작은 사람을 통해 대유적으로 살펴보자.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신체와 정신으로 구성되어 태어난다. 그리고 세상과 비슷하게 신체라는 것은 시간표를 짜고 계획하는 것처럼 비교적 제약이 있는 범주에서 단련할 뿐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신과 관련된 부분은 다르다. 동일한 날 동일한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쌍둥이 일지라도 성장 과정 속에서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전혀 다른 정신을 가진다. 사람은 정신을 다룰 수 있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하고 그렇지 않고가 나뉜다. 그 말은 즉, ‘가진 것을 어떻게 다루느냐?’라는 문장과 동일하다.

가진 것을 잘 갈고 닦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방식에서 외향적인 사람이 하는 일의 비슷한 결과를 만들 방법이다. 결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과정을 다루는 것이다. 그를 통해 비슷한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다루지 못하는 외형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다룰 수 있는 본질적인 정서를 가다듬어 절대적 행복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그걸 우리는 ‘나답다’라고 말하며, ‘아름답다’라는 말의 뜻이 되기도 한다.

‘아름답다’라는 단어의 어원은 여럿이 있지만 ‘나다운 것, 내면의 본질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름답다는 상태를 나타난다는 어원이 있기도 하다. 정확하다고 말은 못 하지만 누구나 쉽게 반박하지는 못하는 이야기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을 잘 다룰 수 있을 때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간은 아름다운 삶을 위해 우리가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첫 문단의 내용을 보아 우리는 공간과 시간의 굴레 속에서 살며, 가지고 다룰 수 있는 것은 ‘공간’뿐이라 했다. 그리고 물리적 신체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은 요즘 유행하는 히어로물의 영웅들처럼 벽을 넘나들고 천장을 통과하는 신비한 능력이 없는 만큼 공간이 만들어둔 물리적 환경에 반드시 적응하며 살게 되어있다. 그러니, 우리가 공간을 알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한 삶’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잘 다룰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출근길에 매일 마주하는 보도블록에도 지하철의 역사에도 혼잡한 지하철의 내부에서도 퇴근길에 마주하는 도시 공간 모든 곳에도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공간인 집이나 여타 상업 공간에도 각각 본질적인 공간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그것을 알게 되고 경험하고 다듬는 순간, 매일 같이 마주하게 되던 세상을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삶을 좀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단순히 용산 아모레 신사옥에 방문해 전시의 내용만 보고 나올 것이 아니라,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거대한 지하 공간의 공간감과 진입 동선의 구성 이유, 끝으로 그 공간이 본질적으로 방문객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가치를 알아가며, 좀 더 풍부하게 공간을 즐기는 것은 ‘와인을 알고 마심’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럼 지금부터 각 공간이 가진 이야기를 염탐하며, 나만의 공간적 기준을 가지고
내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을 정신적으로 다뤄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공간의 존재 이유이자, 삶의 질을 빚어내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