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이팝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날 오후의 대구 북구 침산동. 담쟁이덩굴이 무성하게 감싼 건물에 자리한 꽃 스튜디오에 두 여성이 들어섰다. 북천안신협 김세정 대리와 세림신협 김영아 주임이다. 김세정 대리의 손에는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밤새 직접 만들어 온 크로캉부슈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영아가 이번 7월에 한 아이의 엄마가 되거든요.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엄마가 된다는 것이 대견해요.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클래스를 신청했습니다.”
김세정 대리가 김영아 주임의 건강한 출산을 기원하며 신청한 플라워 박스 만들기 체험. 번거로웠을 법도 한데 이럴 때 보면 정말 친구밖에 없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8년 신규직원 연수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저희가 그때 21살이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눈빛을 보고 결이 맞다라는 느낌이 와서 서로 막 웃었죠. 처음 만났는데도 오래 알아 온 친구처럼 어색하지 않았고 신규직원 교육 기간 동안 함께 공부하며 짧지만 소중한 추억을 쌓았습니다. 교육 마지막 날엔 서로 껴안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신협 잘 다니면서, 매년 얼굴 보자’라고 약속했죠.”
이후 두 사람은 대구-천안의 거리가 무색하게 21살에 했던 약속을 매년 지키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왔다. 그 사이에 두 사람은 결혼했고 김영아 주임은 이제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중이다.
“전체적으로 라운드형으로 만들어야 해요. 기본 구도는 삼각 구도로 하는데 약간 비대칭이 되어야 밋밋하지 않고 예뻐요.”
두 사람은 강사의 코칭에 따라 플로랄 폼 주변으로 빙 둘러 냉이초를 배치한 후 장미를 높낮이 다르게 꽂아 나갔다. 이어서 카네이션과 라일락을 꽂아보지만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 어렵다면서도 너무 즐겁다고 한다. 보라색 이베리스를 포인트로 넣으니 화사한 분위기가 한층 돋워진다. 꽃과 꽃 사이에 다른 소재들이 채워지고 높낮이가 다른 꽃과 소박한 초록 잎이 서로 보완해 주는 플라워 박스. 두 사람도 이렇듯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서로를 든든하게 지탱해 주며 오늘에 이르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스톡과 마가렛까지 꽂고 나자 드디어 플라워 박스 완성이다.
“너한테 주는 거라서 엄청 긴장되고 떨렸거든. 근데 진짜 예쁘지? 이 작품의 이름은 ‘해삐’야. 해삐의 건강한 탄생을 기원하고, 무엇보다도 네가 건강하게 순산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태명이랑 같은 해삐로 정했어.” 오늘 만든 플라워 박스는 서로에게 주는 선물이기 때문에 김세정 대리는 자신이 만든 플라워 박스에 김영아 주임의 아기 태명인 ‘해삐’라고 제목을 붙였다. ‘해삐’는 ‘해피’의 센 발음이라고 한다. 김영아 주임도 자신이 만들고 있는 플라워 박스를 소개했다.
“내 건 좀 크고 화려하게 만들었는데, ‘꿈을 펼쳐라’가 제목이야.”
친구 김세정 대리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화려하게 플라워 박스를 만들었다는 김영아 주임. 찐친들의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