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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5+6호

수막새 배경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이곳
경북 경주
CU 핫플레이스
글. 손은경 사진. 김지원

누군가에게는 수학여행의 기억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핫플레이스 인생사진의 기억을.
어느 누가 가도 천년의 시간을 품은 이 땅은 모두를 품는다.
요즘 어딜 가도 사람 많은 경주. 그중 핫플레이스 네 곳을 엄선해 다녀왔다.

수막새
신라 천년의 미소 얼굴무늬 수막새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
신라천년서고

신라 천년의 미소
얼굴무늬 수막새.
은근한 미소가 아름답다.
이를 따라 짓는 나의 미소가
너에게 닿기를.

Point 1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

시끌벅적한 전형적인 관광지 경주에 차분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2년 전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도서를 일반 관람객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신라천년서고’다. ‘여행 중 무슨 도서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생각이 싹 사라진다. 실내에 기둥과 대들보, 서까래로 이어지는 한옥 특유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설계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한옥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낸다.

공간과 그 너머의 풍경 또한 신라천년서고의 매력을 증폭시킨다. 큰 통창에서 볼 수 있는 대나무숲, 나지막하게 펼쳐진 야산 등이 실내에 개방감을 주어 일반 도서관이 풍기는 답답함은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책을 보다 피곤함이 찾아오면 풍경을 내다보며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서고’인 만큼 그 역할에도 충실하다. 박물관과 신라불교, 문화재와 미술, 고고학과 경주, 발간자료, 도록 등 작은 공간이지만 알차게 구성했다. 이와 더불어 북큐레이션 공간을 두어 전시실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얻어 갈 수 있도록 했다. 여행의 소란함에 지쳐 잠시 적막이 필요할 때, 책이 주는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하는 장소다.

신라천년서고 석탑
신라천년서고
Point 2
경주엑스포대공원 비밀의 정원

경주엑스포대공원에 가면 웅장한 규모에 하늘 높이 솟아오른 경주타워가 시선을 빼앗는다. 하지만 너무 마음 빼앗기지 마시길. 우리의 목적지가 아닐뿐더러 감탄하기엔 아직 이르니까. 경주타워 뒤편으로 가면 작은 숲이 펼쳐진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경주 포토존으로 유명한 비밀의 정원이다.

봄 향기가 더욱 짙어지며 초록색으로 덮인 이 계절. 수령 500년이 넘어서도 초록 잎사귀를 피워낸 왕버들나무의 에너지가 가히 압도적이다. 왕버들나무 아래로는 연못이 소박하지만 고결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꽃이 핀 모양을 닮았다 하여 ‘연지(蓮池)’라고 부른다. 바로 근처에 있는 계림, 아평지와 함께 3대 연못이라고 한다.

비밀의 정원의 화룡점정은 왕버들나무, 연지와 어우러진 아담한 다리다. 다리가 없었다면 포토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었을까 싶다. 다리에서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고 찰칵! 연지에 반사되어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숲과 그 안에 담긴 행복한 표정. 이 한 컷을 남기기 위해 사람들이 발걸음을 하나보다. 지금은 온통 초록빛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여름이 되면 보랏빛 맥문동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뚫고 또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
경주엑스포대공원 비밀의 정원
경주엑스포대공원 비밀의 정원

우리 약속 하나 해요.
돌아오는 여름 이 다리에서 만나기로.

Point 3
대릉원

‘경주 핫플레이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대릉원이다. 소위 ‘라떼’ 시절 사람들에게 대릉원은 그저 신라시대 고분이 모여 있는 고분유적지일 테다. 하지만 과장을 좀 보태서 이야기하자면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여기를 못 가서 난리다. 그 시작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장시간 대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바로 봉분 사이에 자리한 목련나무 앞, 대릉원 최고의 포토존 때문이다.

대릉원 포토존은 후문으로 들어가면 더 짧은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역시나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번 봄 인생컷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미 하얀 목련꽃은 한참 전에 지고, 여름을 예고하는 초록빛 나무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이 또한 계절의 모습.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다. 역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다 있는 법이다.

여기서 소소한 촬영 팁! 대기 시간이 기니 가능하다면 9시 오픈런을 추천한다. 그리고 목련나무가 생각보다 멀리 있으니 줌으로 당겨서 가로로 촬영할 것. 그래야 양쪽 고분까지 프레임에 들어와 예쁘게 대릉원 인생컷을 담을 수 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하나. 포즈 취하는 데 부끄러워하지 말기! 모두가 같은 마음이기 때문에 이 순간만큼은 주인공이 되어 멋진 한 컷을 남겨보자.

대릉원
대릉원
Point 4
불국사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젊은 세대들에게도 어필하며 변화의 옷을 입고, 새로운 명소도 생기고 있지만 그래도 ‘경주’하면 역시 불국사다. 이미 벚꽃은 내년 봄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했고, 겹벚꽃을 기대했지만 자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버텨온 불국사가 갖고 있는 고유의 멋만은 변함없다.

불국사의 아름다움은 아무래도 돌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불국사는 다른 절과 달리 석축을 만들어 그 위에 절을 세웠기 때문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는 “불국사 건축의 아름다움은 석축으로부터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아랫단의 자연미와 윗단의 인공미가 하나의 변주가 되어 시각적인 재미를 준다. 쌓아 올린 돌들은 이리저리 깎아서 맞추는 방식(그렝이 기법)을 활용했는데, 그 덕분에 석축에 아름다움을 더했다고 봐도 되겠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석가탑과 다보탑이 자리한 곳. 어쩌면 우리는 너무 단순하게만 불국사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불국사는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여유를 가지고 하나하나를 살펴보다 보면 불국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들릴지 모른다.

불국사
불국사
불국사 벽면
불국사 벽면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불국사.
이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오늘도 불국사는
심심하지 않다.
그렇게 세월을 견딘다.

경상북도 경주시의 신협

경상북도 경주시에는 총 3개(안강, 서라벌, 감포)의 신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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