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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5+6호

식사하는 가족배경
이런 가족 저런 가족
어쩌다 우리는 가족이 되었을까
사유의 시간
글. 편집실
필름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여기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있고, 가족이라는 이름이 늘, 항상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가족도 결국 인간관계 중 하나인걸. 우리는 어떤 가족일까? 영화를 거울삼아 비춰보았다.

미워도 다시 한번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이니까

<미스 리틀 선샤인>

개봉 2006년 장르 코미디 감독 조나단 데이턴&발레리 페리스 출연 스티브 카렐, 토니 콜렛, 그렉 키니어, 폴 다노, 아비게일 브레스린, 앨런 아킨

미스 리틀 선샤인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마약 하다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실패한 삼촌, 전투기 조종사의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말을 하지 않겠다며 9개월째 묵언수행 중인 아들, 절대 무패 9단계 이론을 성공시키려고 하지만 성공해 본 적 없는 대학 강사 아빠, 미인대회 출전이 꿈인 7살 딸, 이 모두를 돌보느라 정신없어 2주째 저녁으로 닭튀김을 내놓는 엄마. 평범하다 말하기엔 어딘가 좀 부족한 ‘후버’ 가족이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어린이 미인 대회에 딸 올리브를 출전시키기 위해 다 같이 차를 타고 떠나 1박 2일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후버 가족을 통해 ‘성공과 실패란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대회 전날 밤 숙소에서 패배자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손녀에게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한다. “진짜 패배자는 질까 무서워서 시도도 안 하는 사람이란다. 넌 노력하잖아. 안 그래?” 할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로 미인대회 무대에 올라가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결의 ‘미’를 선보인다. 이에 사회자가 올리브에게 제재를 가하려 할 때, 제일 먼저 나서는 것이 바로 가족이었다. 엉망진창 가족 구성원이라도 서로가 서로를 그 누구보다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 이것이 바로 가족이다.

“진짜 패배자는 질까 무서워서 시도도 안 하는 사람이란다.”

함께 보면 좋은 영화
<캡틴 판타스틱> 우리 가족의 굿 라이프 안내서. 아이는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존재란 걸 깨닫기.
<좋지 아니한가> 콩가루도 뭉치면 좋지 아니한家. 쪽팔려도 우린 가족이다.

엄마 아빠 때문에 참는다
너무나 달라도 우리는 형제다

<다즐링 주식회사>

개봉 2007년 장르 모험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오웬 윌슨, 애드리언 브로디, 제이슨 슈왈츠먼

다즐링 주식회사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나이 먹었어도 애 마냥 싸우는 건 변치 않는 형제가 있다.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에 등장하는 삼형제가 그렇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인도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하기 위해 1년 만에 형제들이 뭉쳤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서먹한 사이가 돈독해지길 바라는 첫째, 항상 이혼 생각에 잠겨 있는 둘째, 헤어진 애인에게 집착하는 막내. 선로가 있어도 길을 잃어버리는 대책 없는 인도기차 ‘다즐링 주식회사’에 올라타며 사고만발 여행이 시작된다.

누구 하나가 자리를 비우면 당연한 듯 흉을 보고, 밥 먹을 때 제멋대로 모든 메뉴를 결정하는 큰 형에 두 동생들은 삐치고, 아버지의 유품인 선글라스부터 면도기까지 자기 마음대로 독차지하는 둘째가 첫째는 못마땅하다. 그런 큰형에게 “아빠는 날 제일 예뻐하셨어”라고 답한다. 이게 다 큰 어른들의 대화란 말인가. 그러면서도 기차에서 쫓겨날 뻔했을 때 제일 먼저 나서서 상황을 해결하는 건 결국 첫째다. 맏이가 괜히 맏이가 아니다.

한 부모 아래에서 나고 자랐어도 다른 게 형제다. 그래서 엄마 아빠 아니었으면 참지 않았을 일도 많지만 어쨌거나 형제가 똘똘 뭉치면 해결하지 못할 일도 없다는 걸 보여준다.

“아빠는 날 제일 예뻐하셨어”.

함께 보면 좋은 영화
<천국의 아이들> 여동생을 위해 오빠는 달린다! 1등 말고, 2등 말고, 3등 선물 때문에
<남매의 여름 밤> 아빠와 고모도 남매였지? 어른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남매의 속사정.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어린 남매.

가족의 재구성
때로는 정이 피보다 진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개봉 2013년 장르 드라마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릴리 프랭키, 니노미야 케이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티브로드폭스코리아

회사와 가정에서 모두 인정받는 성공한 건축가 료타. 늘 모범생이었고, 우수했던 자신과 달리 느긋한 성격에 경쟁심과 욕심이 없는 6살 외아들 케이타.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료타는 ‘역시 그랬던 거군’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아이들의 고장 난 장난감을 뚝딱 고쳐주고,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놀아주는 아빠 유다이. 그런 유다이의 아들 류세이는 밝고 명랑하다. 케이타와 류세이. 이 둘이 바뀐 것이다. 료타는 유다이에게 돈이라면 얼마든 줄 테니 두 아이를 데리고 가 키우겠다고 말하고, 기가 막힌 유다이는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은 못하는 일이죠”라고 응수한다.

‘진짜’ 아이는 피가 섞인 아이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당연히 내 아이라 생각하고 사랑과 정성을 담아 키운 아이일까? 답은 ‘둘 다’다. 정이 피보다 진한 경우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렇게 진짜 부모가 된다는 것을 영화는 료타를 통해 보여준다.

이 세상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가족으로 묶였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것이 비록 핏줄로 묶이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가족의 정의를 꼭 사전에서 정한 의미로만 내릴 필요는 없다.

“아이들한테 중요한 건 시간이에요.”

함께 보면 좋은 영화
<노웨어 스페셜> 죽음을 앞둔 아빠. “아직 어리지만 말도 잘 듣고 예절도 잘 지켜요. 내 아이를 키워줄, 새 부모를 찾습니다.”
<바튼 아카데미> 남겨진 사람, 버려진 사람, 혼자가 되기로 한 사람. 원치 않는 동고동락 속에서 피어난 특별한 우정. 이 정도면 가족보다 더 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