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동쪽을 향해 버스로 대략 20여 분, 코히마르에 도착한다. 헤밍웨이 아니었으면 낯선 이의 발길이 닿지 않을 것 같은 한적한 마을이다. 그렇다고 생기가 없다는 건 절대 아니니 오해하진 말길. 반짝이는 태양 아래서 파도로 일렁이는 바다를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복잡한 머리를 쉬게 해준다.
평화로워 보이더라도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알 수 있듯이 치열함이 서려 있는 것이 또 이곳 바다다. 약 3미터짜리 청새치가 노인의 낚싯줄에 걸리고, 이를 낚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청새치를 노리는 상어 떼와의 2차전. 작살도 없고, 노 끝에 묶은 칼도 부러졌지만 달려드는 상어 떼를 몽둥이로 위협하며 노인은 끝까지 싸웠다. 몽롱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버텨왔지만, 청새치 잔해만 남고서야 긴 싸움이 끝났다. 노인은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치열했던 노인을 떠올린다. 겉으로 봤을땐 청새치, 상어 떼와의 싸움이지만, 이는 노인 자신과의 싸움이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과정에 돌입하는 순간, 앞으로 있을 결과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하지 않았던가. 졌더라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을 발판삼아 다음을 맞이하면 된다.
코히마르 해변을 보며 노인이 했던 말을 조용히 되뇌어본다. 그리고 어떠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던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