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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4월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쇼트트랙 곽윤기 선수

지난 2월 16일, TV를 통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를 보던 국민들에게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우리 대표팀은 캐나다에 이어 6분41초69를 기록하며 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날 메달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은메달 이후 한국이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에서 12년 만에 획득한 것이다.
영광의 주인공 중 하나이자 국가대표 쇼트트랙팀의 맏형인 곽윤기 선수를 만났다.

Q _ 안녕하세요, 곽윤기 선수님. 신협 가족 여러분들을 위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2022베이징동계 올림픽을 마치셨는데요, 올림픽 이후에도 다양한 방송 등을 통해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으십니다. 근황은 어떠신가요?

올림픽이 종료된 후 감사하게도 방송에서 많이 찾아주셔서 시청자들을 만나 뵙고 있어요. 현재는 이런 상황을 언제 즐겨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월 8~10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세계선수권이 열리는데요, 곧 다시 국가대표 선수촌 복귀해서 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늘 하던 훈련인 만큼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예요.

Q _ 모든 국민들이 긴장감 속에서 남자 5000m 계주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당시 경기를 출전할 때 각오가 어떠셨는지, 성적은 어느 정도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2018년도 올림픽이 제 인생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때문에 이번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은 대회 출전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2018평창올림픽을 마치고,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었지만 그 이후 연달아 두번 국가대표팀 선발에 실패했어요. 그래서 사실 베이징올림픽 출전에 대한 기대를 안하던 상태였어요. 하지만 운이 좋게도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가 되면서 저의 또 다른 꿈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후회 없이 달려라, 진짜 후회 없이 해라’라는 하늘의 뜻인가 생각하고, 또 선수생활의 마지막이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경기를 준비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많은 분들이 너무 좋게 봐주셨어요. ‘은메달도 훌륭하다’, ‘12년 만에 거머쥔 메달인 만큼 너무 값지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는데 솔직히 저희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어요. 올림픽 바로 전 대회에서 우승했었고,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충분히 1등도 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이 있었거든요. 준비하면서 ‘실수만 안 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시작했는데 저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조금씩 실수가 나왔어요. 물론 제가 제일 큰 실수를 했어요. 얼음판의 결에 걸려 스케이트 날이 손상되는 상황이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후배들의 마음이 좀 많이 급해졌고 뭔가 힘을 제대로 다 못 써보고, 제대로 부딪혀 보지 못하고 마무리 된 듯 해서 아쉬움이 조금 있어요.

Q _ 이번 경기에서 동료 선수들에 대한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많은 국민들이 아쉬움을 느끼셨는데요. 곽윤기 선수는 동료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셨을 듯 합니다. 어떠셨나요?

제가 출전하기 전 대회들에서 편파 판정이 너무 심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어느 정도 편파 판정이 있을 수 있겠다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경기에서는 조금 충격적이었어요. ‘내가 꿈꿔왔던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이렇게 훼손됐다면 그냥 시합을 치르지 않고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Q _ 곽윤기 선수의 헤어 컬러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독특한 머리색을 하시는 까닭도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는 그냥 단순히 튀고 싶고, 특이한 것을 좋아했었어요.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핑크색 머리를 하게 된 까닭은 저의 초심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맏형이기도 해서 단정한 모습으로 많은 분들을 안심을 시켜드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런데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선수로서 흔들릴 때가 종종 있었어요.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지금 뭘 놓치고 가고 있지’라며 돌아보게 됐는데 제가 처음 올림픽을 준비했던 마음가짐이나 올림픽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0년 처음 올림픽에 출전할 때 내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당시의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많은 분들에게도 저의 마음가짐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염색을 하게 되었어요. 2010년에는 제가 빨간색 머리였거든요.

Q _ 2019년부터 ‘꽉잡아 윤기’라는 유튜브도 운영하고 계신데요, 유튜브를 시작하신 계기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소개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쇼트트랙 같은 경우, 올림픽 때 집중적으로 주목을 받아요.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우리가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준비하면서도 재미있는 일들이 많거든요. 유튜브 영상이 쇼트트랙의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또한, 국가대표, 올림픽이라는 꿈을 안고 훈련하는 후배들도 영상을 보면서 ‘나도 저기까지 가고 싶다’라는 동기 부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 중에서도 대단한 선수들이 굉장히 많은 만큼 그 선수들을 알리고 많은 분들이 응원해 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유튜브 콘텐츠는 쇼트트랙을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주며 쇼트트랙에 대해 좀 더 깊게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영상이 대부분이었는데 올림픽을 치르면서 좀 더 다른 방향도 시도 해보고 있어요. 쇼트트랙만 다루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먹방도 하고 스포츠 몰래 카메라, 브이로그 등 다양하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Q _ 우리 쇼트트랙 선수들 중 발군의 선수로써 꼽히시는데요, 그만큼 쇼트트랙의 저변확대를 위한 노력도 많이 하고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엄청 대단한 건 아니지만 스케이트를 좋아하시는 동호인 분들과 시간이 될 때 같이 운동하고, 함께하는 시간도 가져보려고 노력해요. 많은 분들이 ‘나도 해보고 싶다’,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도록 하고 또 ‘너무 재미있다’ 라는 정도의 흥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이 쇼트트랙에 대한 흥미를 가지시고, 또 그 흥미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이어가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Q _ 최근 산불 피해자에게 기부도 하셨어요. 국민들의 걱정이 많은데 이러한 결정을 하신 계기가 있나요?

진짜 쑥스럽습니다. 사실 그렇게 큰 금액을 기부해 본 것은 처음이에요. 너무 큰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고, 기회가 되어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좋은 곳에 기부하는 분들이 많은데 좀 쑥스럽네요. 많이 힘든 상황이시지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Q _ 이번 해피스토리의 주제는 ‘변화의 중요성’입니다. 곽 선수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던 순간이 있으셨는지요? 그러한 변화가 필요한 순간들을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자세라고 생각해요. 운동을 하다보면 정말 새롭고, 신선하고 재미있는 후배들이 많아요. 이런 후배들의 모습들을 내가 흡수하지 않고 기존의 내 고집대로만 한다면 ‘나라는 사람은 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되겠구나’, ‘그들을 따라가기조차 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많은 것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해요. 사실 처음에는 제가 몇 십 년 동안 스케이팅을 하면서 가져온 신념을 조금 뒤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내려놓기 어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배움에는 때와 장소가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까 후배들한테 배우는 게 쑥스럽거나 창피하지 않고 오히려 고마운 일이 되더라고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Q _ 베이징 올림픽이 마무리된 지금, 향후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으신지요?

곧 있을 세계선수권을 준비하고요, 그 이후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어요. 국가대표 선발전을 끝마치면 저의 이번 시즌 스케쥴이 마무리됩니다. 시즌이 끝나면 지금까지 못했던 혼자만의 여행이나 힐링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한적한데 가서 멍하게 있어보기도 하는 시간을 한 번쯤 가지고 싶네요.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선수촌에서 외출이나 외박이 제한된 생활을 해왔어요. 속세에 벗어나서 제 마음을 좀 돌보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먼저 하고 싶네요.

Q _ ‘평생 어부바’가 신협의 슬로건 입니다. 곽윤기 선수님께서 따뜻하게 어부바해주고 싶은 분이 있으실까요?

제가 팬 분들을 모두 어부바하고 싶습니다. 제가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도 큰 사랑을 주시고 응원해 주시니까 정말 감사드려요, 때로는 잘못할 때도 있는데 그때마저도 너무 예쁘게 봐주시니까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사랑받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너무너무 감사해서 진짜 제가 한 명 한 명 다 업어드리고 싶은 게 진짜 마음이에요. 제가 이러려고 하체 운동을 해온 것 아니겠어요.(웃음)

Q _ 마지막으로 <해피스토리 신협> 독자들을 위해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작은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 큰 변화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지금 나의 이 작은 변화에 두려움을 가지지 마시고 조금만 용기를 내셔서 내 삶의 약간의 변화를 주신다면 나의 삶에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금융을 통한 작은 변화가 우리의 노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처럼요. 우리의 작은 시도가 여러분들한테 또 큰 용기로 다가올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들이 도전을 할 때, 새로운 마음가짐과 용기가 생길 것이라도 믿습니다. 우리 다 모두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여러분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