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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6월호

올여름 콕 짚어 가고 싶은 곳
작은 제주, ‘우도’

여름휴가를 준비할 때 습관적으로 쓰는 말이 있다. 
‘제주도는 언제나 옳다’라는. 볼 것, 먹을 것, 즐길 것이 넘치고 넘치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응축시킨 작은 섬이 있다. 
바로 작은 제주도라 불리는 우도다. 올여름 콕 짚어 가야 할 섬 우도를 찾았다. 

가장 제주다운 풍경, 작은 제주도 우도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제주도에는 제주도를 쏙 빼닮은 우도가 있다. 
여의도 면적의 3배 정도 크기인 이 섬은 해안선의 길이가 17km, 
지름이 4km도 안 되는 작은 섬이다. 
그런데도 제주도처럼 화산이 폭발해 만들어진 화산섬으로써 
제주도 부속 섬 가운데 가장 크다. 
이런 이유로 우도를 ‘작은 제주도’라 부른다. 

우도는 바다에서 바라봤을 때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 하여 우도(牛島)라 부른다. 
우도는 제주도의 동쪽 끝, 성산일출봉 남쪽 바다에 자리한다. 
성산포항과 3.9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성산포종합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15분 남짓이면 닿는 거리다. 
제주 본섬과 멀지 않는 데다, ‘섬 속의 섬 여행’이라는 특별한 낭만, 
그리고 남태평양의 휴양지를 보는 듯한 비취색 바다, 
알록달록한 키 작은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적한 마을, 
초록빛 찬연한 초원을 에두른 돌담 등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이채로운 풍경에 수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상단 우도를 찾은 여행객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스쿠터
상단 우도봉으로 올르는 초원길

우도 여행, 달리거나 걷거나, 선택은 자유

우도에서는 렌터카 이용이 제한된다. 
그래서 우도 여행을 하려면 두 발에 의지해 걷거나, 
버스, 자전거, 스쿠터, 3륜 전기차 등을 이용해야 한다. 
이 가운데 힘들이지 않고 바람을 가르며 우도 구석구석을 순식간에 돌아보는 스쿠터가 인기다. 
비와 햇볕을 막아주는 덮개가 있는 전기 이륜차는 2시간에 4~5만 원, 
일반 스쿠터는 2~3만 원 선이다. 무동력 자전거는 1만 원이면 종일 탈 수 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라면 덮개가 있는 전기 이륜차가 좋고, 
맑은 날에는 일반 스쿠터를 추천한다.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스쿠터가 우도의 골칫거리가 돼버렸다. 소음은 물론이고 안전사고가 잦은 탓이다. 
그러니 우도에서 스쿠터를 이용할 계획이라면 속도보다 우도의 아름다운 풍경에 집중할 일이다. 

우도의 속살을 보고 싶다면 올레길 1-1코스를 걸어보자. 
총연장 11.7km로 대략 4~5시간 정도 걸린다. 
완주하고 나면 우도를 한 바퀴 돌아본 거나 진배없다. 
코스는 우도 천진항을 출발해 산호사해변~하우목동항~산물통 
해녀촌~파평윤씨공원~하고수동해변~연자마~우도봉 입구를 지나 
천진항으로 되돌아온다. 올레길 1-1코스는 바닷길과 밭길, 
푸른 초원과 우도봉 등 가장 우도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제주도의 옛 돌담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정겹기 그지없다. 
우도봉 구간을 제외하면 경사가 완만해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걸으면 된다. 
날씨가 무덥다면 산호사해변과 하고수동해변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길 권한다. 상단 우도봉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과 한라산

우도에서 챙기지 않으면 절대 후회할 것

우도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추천하라면 먼저 우도봉을 꼽는다. 이곳에 오르면 우도 8경 중 
제4경인 지두청사(地頭靑莎)를 마주한다. 
지두청사란 우도 최고봉인 소머리오름(132m) 정상에서 굽어본 우도 전경을 말한다.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인 우도에서 소머리오름은 소의 머리에 해당한다. 
그래서 우두봉(牛頭峰)이라 부르는데 흔히 우도봉이라 한다. 
우도봉 오르는 들머리는 마치 소 허리를 타고 넘는 듯 경사가 완만하다. 
하지만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가팔라지면서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그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발아래 풍경을 바라보자. 

주변에 전망을 가릴 만한 높은 건물이나 산이 없어서 볼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할 것이다. 
가깝게는 드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과 그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과 소를 
그리고 우도의 작은 마을과 항구가 손에 잡힐 듯하다. 그뿐이 아니다. 
스쿠터를 타고 줄지어 달리는 여행객들의 움직임도 또렷하게 잡힌다. 
먼 곳에 시선을 던지면 성곽 요새를 닮은 성산일출봉이 위엄을 뽐내고 
그 너머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제주도 본섬이 한 장의 사진엽서처럼 그려진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영화 ‘연리지’, ‘화엄경’, 드라마 ‘신들의 만찬’ 등을 촬영했다.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망망대해를 가슴에 가득 담고 우도봉을 내려서면 우도봉 뒤편의 절벽이라는 뜻의 
제6경 후해석벽(後海石壁)을 마주한다. 절벽의 높이는 약 20m, 너비는 약 30m에 이른다. 
한눈에 봐도 오랜 세월 풍파에 침식됐음을 알 수 있다. 거무스레한 기암절벽 앞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푸른 바다가 있고, 
그 끝자락에 검멀레해수욕장이 맞닿아 있다. 해변의 이름은 모래가 검은색이라는 뜻의 검멀레라 부른다. 
이곳에서 보트를 타면 해식동굴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제7경 동안경굴(東岸鯨窟)이라 한다. 
전설에 따르면 동굴에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고 한다. 

검멀레해수욕장 반대편에 있는 산호사해수욕장은 새하얀 백사장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바다색이 남태평양의 바다처럼 비취색을 발해 더욱 이국적이다. 
이곳은 서빈백사(西濱白沙)라 하여 제8경에 해당한다. 
이곳 백사장이 유난히 하얀 이유는 홍조류(김, 우뭇가사리 등)의 분비물이 흰빛인 데다, 
조개껍데기가 모래보다 더 곱게 부서져 백사장을 뒤덮어서다. 상단 우도봉 뒤편의 절벽이라는 뜻의 제6경 후해석벽 우도에서 빼놓으면 서운한 것

우도 8경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챙기지 않으면 서운한 곳이 더 있다. 
조선시대 군사통신시설이었던 봉수대와 
그 옆에 나란히 자리한 소라 모양의 흰색 등대도 제주다운 매력을 발산한다. 
우도 동쪽 끝자락에 있는 비양도의 연평리 야영장은 우도 노지 캠핑의 성지라 불리는 곳이다. 
그만큼 오롯이 우도의 자연을 탐할 수 있는 스폿이라 하겠다. 
해녀 동상이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는 하고수동해수욕장은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에 좋은 곳으로 바다 수심이 얕고 모래사장이 곱고 부드럽다.

우도만의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지역 특산물인 땅콩을 젊은 감각으로 되살린 트렌디한 음식이 그것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훌륭한 디저트, 
땅콩 아이스크림과 볶은 양파에 두툼한 흑돼지 패티, 
땅콩잼이 듬뿍 발린 빵을 곁들인 수제 흑돼지 땅콩버거, 
손으로 직접 빚은 우도 땅콩만두가 대표적이다.

우도 여행을 마치면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칠지 모른다. 
제주도를 일컬어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도라 부른다면, 
작은 제주도 우도는 초원, 백사장, 비취색 바다가 있는 삼다도라 불러도 좋겠다는. 
올여름 콕 짚어 가볼 곳은 다름 아닌 우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