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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신협 어벤져스, 언제 어디서나 조합원을 지킨다
등록일자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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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신협 어벤져스, 언제 어디서나 조합원을 지킨다

 

 

   충북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에 자리 잡은 장연신협 본점. 군청 소재지인 괴산에서 16km 떨어진 곳, 장연면 소재지에서도 6~7km 더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다. 방곡리는 첩첩산중이라 해도 좋을 박달산 기슭 아래 자리한 아주 아담한 마을이다.‘리’단위의 행정구역에도 신협이 있었던가. 초행길이라면‘장연신협’이라는 간판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을 법한 곳에 건물이 위치해 있다. 아담한 2층 사옥은 이 근방에서는 제법 랜드 마크 같은 ‘빌딩’이지만 창구에 앉아 출입문 쪽을 바라보면 산으로 둘러싸인 논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신협 앞으로 큰 길이 나있기는 하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신협을 방문하는 이들도 드물겠다 싶었지만 동네 어르신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오시는 어르신들은 창구 앞에 앉아 ‘농약’부터 찾으시고 창구 직원들도 농작물 작황을 물으며 응대하고 있다. 장연신협의 독특한 분위기를 이해하려면 장연신협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아야 한다.

 

  장연면 전체 인구가 2,000명 남짓이라는 데 이 중 1,000여 명이 장연신협의 조합원이다. 조합원들은 대부분 동네 어르신들이고 신협 직원들 역시 동네에서 나고 자란 아들딸들이다. 신협은 동네 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하여 수익을 내게 하고 어르신들은 그렇게 생긴 여윳돈으로 신협의 자산을 불려주신다. 자산은 다시 어르신들의 영농자금으로 대출되는 선순환이 오랜 세월 이어져 왔다. 장연신협의 농촌활동은 일회성의 봉사활동이 아니라 장연신협의 재무건전성을 공고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쌀 한 봉투를 가지고 와 조합원이 되다

 

 “전국에 신협이 800여 개가 있지만 리 단위의 마을에 있는 신협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1970~80년대만 해도 농촌에서는 생계를 잇기 위해 고금리의 사채를 끌어다 쓰는 일이 많았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근방에서 농촌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어요. 초대 이사장님도 농촌운동을 하신 분이십니다.
처음 신협이 생겼을 땐 현금이 없는 마을 주민들이 편지 봉투에 쌀을 담아오면 무게를 달아 출자금으로 전환해 드렸어요. 그렇게 모은 쌀은 어려운 조합원들에게 나눠드렸어요.
또 저가로 판매하여 수익금이 생기면 다시 어려운 농가에 저리의 영농자금으로 대출해 드려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 정신이 지금도 남아 있어요. ”

 

  40년 가까이 장연신협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 퇴임한 후 2018년부터 이사장으로 재임 중인 강흥수 이사장의 설명이다. 장연신협의 시작이 농촌운동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이 자리를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농협이나 우체국 등 다른 금융기관은 모두 인근의 면 소재지에 자리를 잡았지만 신협만큼은 1975년 처음 만들어지던 때부터 이곳 방곡리를 지키고 있다.

 

  조합원들이 모두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이다 보니 장연신협의 특징도 조합원들의 삶과 무관할 수가 없다. 장연신협의 대표적인 사업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농산물판매점과 장연신협 본점에서 운영하는 농약 판매장이다.

 

 로컬 푸드 행복장터와 농약 판매점

 

 “조합원들의 연령대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어요. 농사를 지어도 스스로 판로를 개척하는 데 어려움이 많으십니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해 보기 위해 시작한 것이 ‘로컬 푸드 행복장터’입니다.”

 

  로컬 푸드 행복장터는 괴산 휴게소 상하행선에 입점한 농산물 판매장이다. 2006년 처음으로 상행선에 판매점을 연 후 하행선까지 매장을 늘렸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옥수수, 사과, 고추 등 지역 농특산물의 홍보와 판매에 장연신협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특히나 나이 드신 조합원들을 대신해 판로를 개척하고 소득증대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현재도 절인배추, 대학찰옥수수 등의 다양한 로컬 푸드가 판매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판매점을 운영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로컬 푸드를 판매하는 신협은 장연신협이 유일하다.

 

 “아직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진출한 사례가 없을 것입니다. 판매 품목의조건도 까다로운데다 규정상 농협은 로컬 푸드를 판매할 수 있지만 신협은 안 된다고 해서 결국 영농법인을 따로 만들었어요. 단순히 농산물 판매로 신협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이었으면 지금까지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지역 농산물을 판촉하고 연세 많으신 어른신들의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컸습니다.”

 

  장연신협 본점에서는 농약 판매장도 운영하며 농약을 비롯해 각종 농자재를 판매하고 있다. 이 역시 연로하신 조합원들을 위해서 시작한 사업이다.

 

  장연신협의 농산물 유통 사업이 늘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었다. 참기름 유통 사업에 손을 댔다가 출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큰 위기에 직면한적이 있었다. 하필이면 사옥을 짓기 시작했던 터라 금세 휘청거렸다. 인근 신협으로 흡수합병의 위기에 처한 장연신협의 경영 상태는 조합원들의 귀에도 금방 들어갔다. 손실발생 소문이 돌기가 무섭게 재빨리 예금이 빠져나갈 법한 위기였지만 상황은 예상 밖으로 전개되었다. 신협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은 오히려 한푼 두푼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신협에 예치를 해 주기 시작한 것이다.

 

 “예금이 빠져나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신협의 임직원들이 모두 방곡리 사람들이었어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인데 한 동네 사람들한테 해 끼칠 일을 할 리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셨어요. 물론 이런 신뢰는 하루 이틀에 쌓인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장연신협과 거래하며 얻은 믿음이라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도 희망을 가지고 더 허리띠를 졸라 매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었어요.


 

  조합원들의 응원과 지지에도 경영이 하루 이틀 만에 정상화될 수는 없었다. 농촌마을에서 갑자기 자산이 늘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장연 신협의 형편이 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이다. 연말결산에서 이익이 창출되기 시작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출자배당이 가능해졌다. 그 후로 우수경영상도 수상하고 표창도 받는 등의 성과를 내며 안정을 되찾았다. 강흥수 이사장은 그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조합원들의 변함없는 신뢰 덕분이었다며 조합원들이 농촌 생활의 곤궁함을 버티지 못해 고향을 등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우리는 어벤저스다!

 

 ‘우리 동네 신협’ 인터뷰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영화 촬영장’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이다. 이날 촬영에는 본점 직원들뿐만 아니라 7~8km 거리에 있는 괴산휴게소 판매점에서 근무 중이던 이옥화 사원과 김수경 사원도 동참했다. 모처럼 강흥수 이사장을 포함해 6명의 신협 식구 들이 다 모인 것. 이들은 장연신협의 최정예부대이자 조합원들의 삶의터전인 방곡리 마을을 든든하게 지키는 어벤저스들이다. 장연신협 직원들이 주인공인 영화라면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어벤저스’이다. 위험에 빠진 지구를 구한 어벤저스들이 따로 있나. 소수의 인원으로 본점 운영은 물론이고, 농자재 판매, 조합원들의 농산물 유통·판로개척, 2개의 휴게소 판매점 운영까지 감당하며 고령화로 침체된 농촌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하고 있으니 장연을 지키는 어벤저스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신협의 수익만 생각했다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사업들을 벌일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 가족, 내 고향을 지키며 지역민들과 함께 상생하는 신협이 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쩌나.‘역대급 어벤저스’들도 카메라 앞에 서면 수줍어지는 모양이다.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앤트맨, 블랙위도우 같은 영화 속 캐릭터에 빙의되기가 쉽지가 않다. 게다가 판매점을 비우고 온 상황이라 호떡집에서 불난 것처럼 휴대폰 전화벨이 울려댄다. 손님들이 몰려오니 빨리 돌아오라는 재촉일 터. 카메라를 향해 자신 만만한 모습으로 파이팅을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우리는 누가 뭐래도 ‘장연신협을 키우고 지역공동체의 지키는 어벤저스들이다’라고 외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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